"아프면 회사 가지 말고 집에서 쉬라"는 것이 코로나19 정부 방역 지침인데, 이에 대한 비용 지원이 직장인에게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. 코로나19 확진을 비롯해 확진자 접촉 및 증상이 의심돼서 자가격리를 했을 때 유급휴가를 받은 직장인은 10명 중 5명이 안 됐다.
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(회장 정혜선)와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팀은 '직장인의 코로나19 3차 유행 및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도 조사' 결과를 지난 18일 발표했다. 조사는 지난달 8일부터 이번 달 9일까지 한 달간, 전국 직장인 11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.
◇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직장 내 방역 조치 미흡했다
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직장 내 방역 조치가 미흡했다. 확진 및 이상 증세 발현으로 자가격리 한 직장인 절반은 유급휴가를 못 받았다. ⓒ베이비뉴스 조사팀은 우선 직장 내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살펴봤다.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회사에서 지급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6%였다.
제조업·음식숙박업·건설업 종사자 약 30%는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. 사업장 규모별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29.9% 역시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.
개인별 손 소독제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직장인도 30.5%였다. 특히 음식숙박업 42.3%, 서비스업 35.7%가 손 소독제를 못 받았다. 대면 업무가 일상인 직종에서 오히려 손 소독제 미지급률이 높았다.
직장 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응답자들은 손 소독제 비치(94.1%), 발열체크(84.7%), 출장이나 회의 취소(71.9%), 예방법 대응교육(71.9%)이 비교적 잘 된다고 대답했으나, 흡연실 폐쇄(28.8%), 책상 사이 간격 확대(33.1%), 환기 시설 설치(38.1%), 사무실 가림판 설치(41.8%) 등의 조치는 미흡하다고 봤다. 또,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은 사무실이나 엘리베이터 소독이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.
◇ 직장인 절반, '아프면 쉴 권리' 보장 못 받고 산다
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출근을 못 했을 때, 유급휴가를 받은 직장인은 49.3%였다. 나머지 50.7%는 개인연차, 무급휴가를 쓰거나 결근 처리됐다. 증상이 의심돼서 회사에 못 갔을 때도 유급휴가를 쓴 직장인은 42%였고, 58%는 개인연차, 무급휴가를 쓰거나 결근처리 됐다.
아울러, 코로나19로 직장인의 13.9%는 연차사용을 강요받았다. 무급휴업을 강요받거나(9.4%), 사직을 권고받은(2.2%) 경우도 있었다. 7.1%는 임금 삭감 및 체불을 경험하는 등 직장인 10명 중 3명가량이(32.6%)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불이익을 겪었다고 대답했다.
코로나19로 삶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61.2%였다. 코로나19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감염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고(85.0%, 84.2%), 감염됐을 때 주위의 비난이 두렵다는 의견도 75.5%였다.
한편 직장인 48.2%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. 33.1%는 다른 사람이 맞은 후 부작용 등을 관찰한 후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.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6.3%였다.
◇ 백신접종 머뭇하는 2030, 연구팀 "젊은 층 대상 백신 홍보 필요"
코로나19로 삶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 직장인은 10명 중 6명이었고,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로 생계 위협을 받았다고 대답했다. 연구팀은 코로나19,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지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. ⓒ베이비뉴스 백신접종 의사를 연령별로 봤을 때, 50세 이상은 68.1%가 접종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으나, 29세 이하에서는 52.4%가 다른 사람이 맞은 후 부작용 등을 관찰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.
30~39세 연령의 10명 중 1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(9.9%).
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(59.6%), 도소매업·운수업·택배업(58.8%)·서비스업(54.6%)에서 백신 접종 의사가 높게 나타났다.
연구팀은 "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,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보다 직장 내 방역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소규모 사업장 방역 지원이 필요하다"고 진단하며 "직장은 전형적인 3밀(밀폐·밀접·밀집) 공간인데, 이번 조사에서 방역 환경이 충분하지 않게 나타났으므로, 책상 사이 간격 넓히기, 사무실 내 가림판 설치, 환기 시설 설치 등 직장생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"고 강조했다.
이어, "코로나19 확진이나 의심 증상 발현으로 자가격리했을 때, 유급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50% 이상이었다"라며 "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"는 결론을 밝힌 연구팀은 "직장인이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"고 강조했다.
이번 조사의 책임을 맡은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"사업장에서 감염 발생 시 직장 폐쇄, 휴업 등으로 직장인 및 사업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, 기업 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므로 직장 내에서 철저하게 방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"고 말했다.
이어 정 교수는 "소규모 사업장 방역 지원과 20~30대 젊은 연령층 직장인에게 올바른 백신 정보를 제공해 백신 접종에 참여할 수 있게 홍보해야 한다"고 말했다.
출처 : 베이비뉴스(https://www.ibabynews.com) |